그동안 주로 스콤(SCORM: Sharable Contents Objective Reference Model: 공유 가능 학습객체 모델)을 e러닝의 사실상 표준안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중심이었던 표준화 연구가 더 향상된 표준안을 개발하는 차원으로 진일보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열린 “e러닝 표준화 세미나”에서는 e러닝의 국제 표준화 동향과 그동안 진행된 e러닝 표준화 연구의 중간발표가 열려 100여명에 가까운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표준협회, e러닝콘텐츠표준화포럼의 공동 주최로 개최되어, e러닝 표준안 연구에 관계기관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였다.

표준안은 산업의 토대

각종 규격의 표준화는 산업의 효율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거의 모든 산업은 표준으로 정한 특정 규격을 토대로 발전한다. 가령 수도관의 두께가 똑같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떤 수도꼭지를 사다 끼워도 맞는다. 그래서 원하는 모양을 살 수 있고 제조회사는 수도꼭지의 품질이나 디자인 개량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산업의 파급력이 빨라 표준안 선점이 산업의 주도권 확보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 표준안 선정과정은 이해당사자를 비롯 다양한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특히 국제 표준화과정은 국가간 의견조율과 통상외교적 이해관계가 더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진행은 매우 힘들고 더디다.

e러닝의 경우 지난 2002년 “e-러닝 콘텐츠 표준화 포럼”이 출범하면서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e러닝 국제표준안으로 주목받고 있던 스콤(SCORM)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솔루션 기업들은 발빠르게 자사의 제품을 스콤기준에 맞게 수정하고 스콤의 제정기관인 ADL의 인증을 받아 마케팅에 활용했다. 또한 몇몇 공공기관의 e러닝 프로젝트는 스콤안을 준수할 것을 명시하기도해 스콤이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는 듯 이슈화됐었다.

이처럼 표준화 도입 초기, 스콤은 콘텐츠 공유라는 명분과 선진 기술의 손쉬운 습득이라는 실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업계 스스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추가적인 기술연구와 세부 규격에 대한 합의가 더디게 진행되자 서서히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이후 e러닝 표준화는 관련 기술자들과 e러닝 산업화를 추진하는 산자부와 교육부의 정책적 관심사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용이냐 개발이냐

e러닝 산업화의 핵심사항인 표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부처간 접근방법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 산자부는 지난 4월 ADL과 업무협정을 체결하고 우리나라에 ADL Partnership Lab을 구축, SCORM 직접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SCORM 인증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으며 영국,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ADL Partnership Lab을 설치하게 됐다. 산자부는 스콤 제정기관인 ADL과의 협력으로 손쉬운 표준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교육부는 스콤에서 정의된 콘텐츠 패키징, LMS/LCMS, 시퀀싱 & 네비게이션 관련 규격을 사이버 가정학습체제에 적용하는 것으로 시작, 국내 초중등 환경에 적합한 표준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스콤이 주로 미국의 군사교육과 성인부문의 e러닝 실시 경험을 토대로 개발되어 초·중등 교육현실에 적합지 않은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지난해 12월 초·중등 교육정보 메타데이터(KEM : Korea Educational Metadata)를 국가 표준(KSX 7001)으로 인증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교육정보 메타데이터(KEM v3.0) 연구, e러닝 표준화 로드맵 연구, 학습객체 기반 시퀀싱 & 네비게이션 연구를 추진함으로서 교육정보 분야 표준화 선도기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국제표준화단체인 ISO/IEC의 교육정보부문인 JTC1 SC36의 국내 위원장인 곽덕훈교수는 국제회의에서의 표준화 과정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그동안의 활동으로 우리나라 e러닝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역할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범석 KERIS e러닝혁신팀장은 “향후 표준화 연구는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한국형 표준화 규격을 연구하여 IEEE/LTSC 및 IMS 등과 표준화 관련 공동연구 및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국제 표준화규격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KERIS e러닝연구특임센터의 손병길 소장은 “우리나라 e러닝 사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국제 표준화 관련 회의 참석 및 국내외 학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5년 11월 9일자 e-Learning Plus 소인환 기자 sih@contents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