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계가 합심하여 군 복무기간 중 e러닝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국회당정협의회에서 ‘군 인적자원 개발 종합계획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1,600억원을 들여 중대 단위에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 16대씩을 설치하는 한편, ‘군 e-러닝 포탈 시스템’을 구축해 장병들이 온라인 강좌를 수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전경련도 보도자료를 내고 육군본부와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온 “현역병의 자기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전 군에 확대, 실시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였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국방부, 교육부, 노동부 등 8개 정부부처와 한국교육개발원 등 5개 민관기관이 참여하는 ‘군 인적자원개발 추진기획단’을 구성, 군 복무 중 정해진 교육ㆍ훈련을 이수하면 대학 학점으로 인정하거나 특수 분야 경력을 사회ㆍ국가ㆍ기업이 인증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에 교육부는 e러닝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법령을 정비해 내년부터는 군 이수 학점을 대학이 인정하도록 유도하고 해당 대학에는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재학 중 입대한 사병들은 내년부터 연간 최대 9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군 e러닝 시범사업

군의 e러닝 시범사업은 군복무 기간 중 학교와 사회를 연계한 인적자원 개발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 하에 필요성이 대두됐다.

군은 매년 현역 27만명, 부사관 4천명, 장교 7천명을 사회로 배출하고 이 중 80%이상이 전문대생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나 별다른 자기개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사회와 단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더욱이 최근엔 주 5일제가 시행됨에 따라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할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경련과 육군은 e러닝이 군 인적자원개발의 적절한 대안이라는 판단 하에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5월까지 6개월 간, 육군 26사단, 32사단 등 3개 사단의 8개 중대 장병을 대상으로 ‘군 자기계발교육 시범사업’을 실시한바 있다.

시범사업엔 500여명의 장병들이 참여해 어학시험인 TEPS성적이 최고 138점까지 향상되고 참여 만족도 90% 이상, 이수율은 87%에 달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은 일과가 끝난 저녁시간과 주말에 인터넷을 통해 어학, 각종 자격증, 경영아카데미, 교양문화 강좌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총 4억 8천만원이 들어간 소요비용은 전경련과 군인공제회, 기업들이 부담했다. 전경련은 학습공간용 컨테이너 조립건물을 설치했고, 삼성전자는 PC를 기증했다. 또 LG전자는 냉난방 설비를, 퍼시스는 PC용 책걸상을, KT는 인터넷을 무료 설치했다.

e러닝 시스템은 군 간부용으로 개발한 ‘엠키스’(M-KISSㆍwww.mkiss.or.kr)를 활용했다. 이 시스템엔 삼성경제연구소, 크레듀, 서울대 언어교육원ㆍ이익훈 어학원ㆍ영진아이 등이 교육 콘텐츠를 제공했다.

교육 내용은 ▲영어ㆍ일어ㆍ중국어 등 어학과정 19개 강좌 ▲공인중개사ㆍ정보처리기사 등 14개 자격과정 73개 강좌 ▲한자ㆍ비즈니스 교양 등 소양과정 8개 강좌 ▲리더십 등 경영과정 등이다. 실제 장병들은 어학과정이 45%로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공무원시험, 제빵·제과 자격시험 등 자격과정 38%, 리더십, 비즈니스 매너 등 교양과정이 17% 순 이었다. 한편 장병들은 하루 평균 1.7시간 PC방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e러닝의 효과

장병들은 e러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기개발(64%), 여가시간 활용(16%), 정보화 갈증 및 소외감 해소 순으로 좋은 점을 선택했으며, 특히 외국어를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기회로 인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e러닝은 병영문화개선에도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병들이 병영생활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사회와의 단절감 해소, 꾸준한 학습을 통한 자신감 획득, 스트레스 해소,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해소 등으로 군 교육훈련에 대해 수동적이었던 병사들의 태도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병근무, 작전활동, 개인정비 등 업무효율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성과평가에서 26사단장은 “학습하는 문화가 정착되자 얼차려가 줄어드는 등 병영문화 개선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관심만큼 많은 지적

하지만 군의 e러닝 체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우선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 급속하게 추진되는 것에 대해 최근 추락한 군 위상 회복을 위한 홍보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군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시설투자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인식변화가 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학에 다니지 않는 장병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학점인정을 위해 대학과 원활한 연계가 가능할 것인가도 뚜렷한 보장이 없는 상태다. 장병들의 다양한 경력과 학력을 고려한 세분화된 콘텐츠도 부족한 실정이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군과 사회의 유기적인 연계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학습하는 병영문화는 장병의 능력개발 뿐 아니라 지식기반형 군조직 구축을 통해 군의 전투력 증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7월 13일 e러닝플러스 소인환 기자 sih@contents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