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과의 FTA협상에 e러닝과 SAT를 직접언급하면서 교육시장개방이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지난 10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교육·의료·공공시장 개방에는 관심이 없지만 한국의 인터넷 교육서비스와 SAT시험 등 테스트에 대한 시장 접근에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미국 측은 “교육서비스 개방을 둘러싼 한국 내 논란을 알고 있었으며 한국의 기존제도 변경을 요하는 개방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교육시장은 한·미 FTA에 중요 사항이 아닌 것으로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하지만 2차 협상을 시작한 10일, 미국 측 수석대표가 e러닝과 SAT를 직접 언급, 기존 입장을 우회적으로 번복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교육시장개방에 대한 논란의 도화선에 다시 불을 붙였다.

한미 FTA, 초·중등교육 미개방, 고등·성인교육 제한적 개방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는 특정 두국가간에 상품·서비스·투자·지재권·정부조달 분야 등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완화·철폐함으로써 상호간 교역 증진을 도모하는 특혜무역협정을 말한다. 당초 우리나라는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무역체제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FTA에는 유보적이었으나 최근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확보와 경쟁력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FTA에 적극 나섰다.

정부는 2003년 ‘FTA 추진 로드맵’을 세우고 주요 교역대상국과 FTA를 추진 중이다. 현재 칠레 및 싱가포르와의 협정이 체결 후 발효 중이며, EFTA(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와는 지난해 타결했다. 현재는 6건(ASEAN, 캐나다, 멕시코, 인도, 미국, 일본)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 FTA의 경우 선진국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 최대의 시장 확보와 통상마찰을 완화하는 한편, 경제·사회전반의 체질을 선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상대적 열세에 있는 국내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 논란과 반발이 크다.

정부는 교육서비스 부분도 교육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 부분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성 확보를 위해 초·중등교육은 미개방, 고등 및 성인교육서비스 부문은 제한적으로 개방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대학의 양적성장에 비해 질적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해마다 해외유학수지 적자폭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교육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교육시장 개방을 통한 유학연수비 지출액의 감소와 외자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A를 통해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학생들은 폭넓은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지만 교육에 시장논리를 적용했다는 데 대한 비판과 교육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e러닝과 SAT개방될 경우 대혼란 예고

e러닝 부문의 해외교류는 다른 교육분야에 비하면 활발한 편이다.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해외교육서비스를 받는 것이 가능하며, 실제로 미국 등 해외 e러닝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크레듀, 삼성SDS 등 국내업체나 경희사이버대, 한국싸이버대, 대구사이버대 등이 활발히 해외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해외 e러닝 서비스는 정부의 규제 내에서 일부 허용된 부분만 국내 대행기관을 통해 접근하고 있어 아직 파급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특히 언어장벽과 해외에서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 국내 학습자의 성향과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점도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또 e러닝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IT기술 및 운영관련 노하우가 비교적 충실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e러닝이 적극적으로 상호개방될 경우 첨단과학분야, 어학분야, 전문경영 등 전문분야의 경우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외국자본의 투자도 가능하고 미국을 통해 국내 e러닝 기술의 국제화도 기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노리고 있는 e러닝 시장은 방송통신대나 사이버대학처럼 학위를 인증 받을 수 있는 교육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학위 e러닝 시장이 SAT(미국대학입학시험)와 함께 개방될 경우 문제의 해결이 그리 만만치 않다.

미국이 직접적인 교육시장의 개방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e러닝은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해 자본력과 서비스에 따라 전국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고, SAT는 직접 교육시장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초·중등 교육제도를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지만 일단 싱가포르와 FTA에서 선례를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에 성인교육시장을 전면 개방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에 사이버대학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의 경우는 특별한 유보조항 없이 전면개방, 싱가포르의 경우 초·중등교육 미개방, 고등교육은 의과대학 외 전면개방, 호주의 경우는 중등교육 이상 개방하되, 고등교육 관련 개별 교육기관의 학생선발·등록금 책정·교육과정 자율보장, 칠레의 경우는 초·중·고등교육 미개방, 성인 및 기타교육은 개방하고 있다.

교육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유학수지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자, 교육체제를 흔들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FTA.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국가와 국민의 발전을 위한 현명한 대안수립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06년 7월 12일자 e러닝플러스+ 소인환 기자 sih@contents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