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드 프로토 일정이 급하다고 해서 연말연시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했는데 이렇게 말 한마디로 캔슬(cancel)돼 버리다니 허무하기 그지없어요.”

최근 ‘w’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프리랜서 교수설계자인 이씨는 억울함을 먼저 하소연했다. “이유는 제가 만든 시안이 고객사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또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개발사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거예요. 일정이 급하다고 해서 기획의도에 대해 충분히 전달도 못 받은 상태에서 작업하느라 고생했는데 억울함을 호소할 데가 없어요.”

e러닝 콘텐츠 개발사에서 교수설계자로 3년 간 근무하다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해 초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이씨는 최근 소개로 알게된 ‘w’사의 과정개발에 프리랜서 설계자로 참여했다가 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됐다. 업체측에선 이씨에게 교수설계 전체를 맡기는 것으로 이야기 하고 시안작업을 먼저 부탁했으나 시안을 받은 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이씨는 아직 프로젝트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일부 안좋은 개발업체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겪으니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개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방안마련도 시급하지만 공정한 거래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합리한 거래 위험수위

불합리한 거래 관행은 산업자체의 뿌리를 흔든다. 사회적 강자인 대기업이 힘이 약한 하도급업체나 제조기업을 상태로 횡포를 부리는 것은 수차례 지적되어온 사항이며 언론지상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기도하다.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도 전 산업에 걸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업종을 시작으로 폐해가 지적됐던 불공정 거래는 어느덧 IT업계도 위험수위에 다다랐으며 e러닝 또한 IT산업의 행태를 그대로 닮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3월 콘텐츠, SW 등 용역하도급을 포함하는 것으로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마련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현장의 불공정 거래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정위에 접수된 분쟁 사례에는 대금 지연과 미지급이 분쟁의 주류를 이루고, 일정지연으로 인한 손해나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무상으로 과업 변경을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이 떠난다

분쟁발생의 문제는 하도급자가 계약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계약서 작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하도급법은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용역위탁사업자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규모가 적은 소규모 사업자는 보호받지 못하며 이 경우 직접 민사를 통해 해결해야 하므로 절차가 복잡해진다. 더구나 소송으로 갈 경우는 업계내 인식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특히, 비정규직 또는 단기·프리랜서 용역의 경우는 앞의 사례에서처럼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신생산업의 경우 불공정 거래의 폐해는 사회적 약자 보호차원을 넘어 산업성장의 뿌리를 흔든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 부당한 거래는 중소기업의 경영악화에 이어 인력유출이 심화시킨다. 또 창의력이 필요한 지식산업 종사자를 단순 노동자로 내몬다.
산업 초기부터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 줄기와 잎사귀가 튼튼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산업 전반의 위기가 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2006년 1월 11일자 e-Learning Plus 소인환 기자 sih@contentsmedia.com